D램 8배 폭등, HBM 때문이라는 진짜 이유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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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 89조4천억원을 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아이폰과 플레이스테이션 값이 올랐고, 노트북은 사기 겁나는 물건이 됐다. HBM을 많이 만들수록 일반 D램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9일 공개된 대담에서 권석준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가 이 구조를 짚었다. 그리고 더 서늘한 경고를 덧붙였다. 배터리에서 당한 일이 반도체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그 주장을 7월 12일까지 확인된 공식 수치로 대조한 정리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HBM을 만들수록 D램이 사라지는 이유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이 여기다. HBM 공장과 D램 공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HBM은 D램을 쌓아 만든다. HBM 하나를 만들려면 D램 유닛이 최소 3개에서 6개까지 필요하다.

즉 HBM을 많이 만들수록 같은 라인에서 나올 일반 D램이 줄어든다. 수요가 그대로여도 공급이 사라지니 가격이 뛴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쳤다. AI 데이터센터가 HBM 말고 일반 D램과 LPDDR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LPDDR은 원래 스마트폰용이었다. 배터리로 돌아가야 하니 전력을 덜 먹게 설계된 메모리다. 그런데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담이 커지자 AI 칩 설계 업체들이 이 저전력 메모리를 서버에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몫이 데이터센터로 빨려 들어간 셈이다.


그래서 아이폰과 플스 값이 오른다

이 구조가 소비자 가격으로 그대로 튀어나왔다. 숫자를 보면 체감이 다르다.

항목확인값 (2026년 7월 12일 기준)
D램 현물가(DDR4 8Gb)2분기 말 21달러 — 1년 전 대비 약 8배
범용 D램 계약가1분기 +90~95%, 2분기 +58~63%, 3분기 전망 +13~18%
낸드플래시1분기 +55~60%
스마트폰 원가 중 메모리 비중약 40%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2026년 -12.9%, 평균 판매가 +14%(523달러, 역대 최고)

표를 문장으로 옮기면, DDR4 8Gb 기준 D램 평균가는 2분기 말 21달러로 1년 전보다 약 8배 비싸졌다. 범용 D램 계약가는 1분기에만 90% 넘게 뛰었고, 스마트폰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은 40%에 이른다.

결과는 뻔하다. IDC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2.9% 줄고 평균 판매가는 14% 올라 523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5 가격을 올렸고, 애플도 맥과 아이패드 값을 인상했다. 메모리 호황의 청구서를 소비자가 받아 든 것이다.


애플이 중국산 D램을 찾기 시작했다

이 대목이 이번 대담에서 가장 상징적이었다. 애플이 미국 정부에 중국산 메모리, 그러니까 CXMT의 D램을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한 번 만들면 수억 대를 찍는다. 그만큼의 D램이 필요한데 물량이 없다. 그래서 등급이 낮은 중국산이라도 하위 스펙 기종에 넣고, 플래그십은 기존 물량으로 버티며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권 교수는 미국 정부가 당장 허용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다만 반전이 있다. 중국도 메모리가 남아돌지 않는다. CXMT의 생산능력은 중국 내수 수요조차 다 감당하지 못한다. 미국이 문을 열어도 중국이 팔 물량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CXMT의 속도, 숫자로 보면

중국 D램 1위 CXMT는 7월 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며 IPO 절차에 들어갔다. 조달 목표는 약 6조5천억원이다.

D램 점유율(옴디아)2025년 4분기2026년 1분기
삼성전자38.6%
SK하이닉스28.8%
마이크론22.4%
CXMT4.7%7.6%

점유율은 두 분기 만에 4.7%에서 7.6%로 거의 두 배가 됐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19%, 순이익은 1688% 늘었다. 텐센트와는 약 4조5천억원 규모 서버용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다만 여기서 소스의 주장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권 교수는 CXMT가 “올해 3위 진입이 확실하다”고 했지만, 옴디아 1분기 공식 점유율로 보면 마이크론(22.4%)과의 격차는 아직 14.8%포인트다. 캐파 증설과 물량 밀어내기를 감안한 전망으로 읽는 게 맞다. 속도는 확실히 위협적이지만, 순위 역전은 아직 벌어진 일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방향이다. CXMT 매출의 66.4%는 LPDDR, 31.9%는 DDR이다. 즉 HBM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범용 D램부터 먹고 올라온다. 낸드에서는 YMTC가 이미 한국과 기술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배터리에서 이미 당했던 일이다

권 교수가 가장 힘줘 말한 대목이다. 5~6년 전만 해도 한국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중국의 두 배가 넘었다. 지금은 어떨까.

구분2026년 1분기 (SNE리서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244.6GWh
한국 3사 합산(LG엔솔·SK온·삼성SDI)37.7GWh, 점유율 15.6%
CATL 단독99.5GWh
BYD 단독33.5GWh

숫자를 풀면 잔인하다. 2026년 1분기 한국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5.6%다. CATL 한 곳의 사용량(99.5GWh)이 한국 3사를 다 합친 것(37.7GWh)의 2.6배다. 중국을 뺀 시장에서조차 한국 3사 점유율은 29.6%로 1년 만에 8.3%포인트 빠졌다.

원인은 기술만이 아니었다. 리튬·흑연 같은 소재 공급망을 중국이 자국 안에서 완성했고, 저부가로 여겨지던 LFP가 전기차 전환과 ESS 수요를 타고 주력이 됐다.

여기서 얻을 교훈이 반도체로 그대로 넘어온다. 진입 장벽이 낮다고 얕본 성숙 기술이 실은 안정적인 캐시카우였다는 것이다. 메모리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게 범용 D램과 낸드다. HBM만 쳐다보다가 밑단을 내주면, 그 돈으로 후발주자가 캐파를 늘리고 학습곡선을 타고 결국 HBM으로 올라온다.


상하이에서 본 것 — 인해전술의 부활

권 교수가 2주 전 상하이에서 직접 본 장면은 구체적이다. 화웨이 상하이 R&D 센터는 부지 20만 평, R&D 인력 3만 명이다. 작년까지 2만 명이었으니 1년 만에 1만 명이 늘었다. 통신에서 시작해 스마트폰, 반도체, AI 모델, 데이터센터까지 안 건드리는 게 없다.

더 충격적인 건 휴머노이드 기업이다. 체육관 같은 공간에 수백 명이 로봇과 짝을 이뤄 동작 데이터를 만든다. 찻잎 우리는 동작을 로봇이 인식할 만큼 천천히 반복하고,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프레임 단위로 묶는다. 한 사람이 하루 10~20시간, 공장 하나에 300~400명, 그런 공장이 중국 전역에 10곳이 넘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언어 모델은 인터넷에 널린 텍스트로 학습했지만, 로봇은 텍스트로 학습되지 않는다. 사람의 동작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건 인터넷에 없다. 그래서 중국은 사람 몸으로 데이터를 찍어내고 있다.

한국이 1:1로 붙기 어려운 싸움이다. 다만 권 교수는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연령은 25~30세이고 40대가 되면 임원이 아닌 한 남기 어렵다. 단기 속도전에는 유효하지만 장기 모델로는 위태롭다는 것이다.


답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다르게’

그럼 한국의 승부수는 뭘까. 양적 증산으로는 인해전술을 이길 수 없다는 게 권 교수의 결론이다.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가 대부분 “더 많이 짓겠다”는 수평 확장에 쏠려 있는데, 필요한 건 수직 축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개념이 메모리 파운드리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체 칩을 만들면서, 그 칩에 맞는 맞춤형 메모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표준화된 범용 메모리라는 개념이 흐려지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격차를 벌리면 해자가 되지만, 그는 이것도 영구적 방어막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마지막 지적이 가장 뼈아프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톱 스케일 기업이 됐는데, 덩치가 클수록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어렵다. 스핀오프 조직과 모험적 R&D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기술 격차보다 조직의 속도가 문제라는 진단이야말로 이 대담의 진짜 핵심이라고 본다.


정리하면, 지금 볼 것들

이번 호황에는 두 얼굴이 있다. 사상 최대 실적, 그리고 그 실적이 만들어낸 빈틈이다. HBM에 캐파를 몰아넣은 자리를 CXMT가 파고들고 있다.

확인할 지표는 셋이다. CXMT의 IPO 자금 집행과 증설 속도, 미국 정부가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요청을 허용하는지 여부, 그리고 3분기 D램 인상률이 13~18%로 둔화된 뒤의 흐름이다. 수요 파괴가 시작되면 호황의 성격이 바뀐다.

권 교수가 언급한 또 하나의 리스크도 기억해 둘 만하다. 미국 정부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개별 기업이 아니라 ‘한국 메모리’로 묶어 반독점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이익선을 관리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조언이었다.

모든 수치는 확인 시점 기준이고 가격·점유율은 수시로 바뀐다. 이 글은 산업 구조를 정리한 것이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주식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으며,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핵심 요약

  • HBM 하나를 만들려면 D램 유닛이 3~6개 필요하다. HBM을 늘릴수록 같은 라인의 범용 D램이 줄어든다.
  • AI 데이터센터가 저전력 메모리(LPDDR)까지 흡수하면서 스마트폰·PC용 물량이 사라졌다. D램 값은 1년 만에 약 8배 뛰었다.
  • 애플이 미국 정부에 중국산 CXMT D램 사용 허가를 요청했다. 다만 중국도 메모리가 부족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 CXMT 점유율은 두 분기 만에 4.7%→7.6%로 올랐고 6조5천억원 IPO를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4위이며 마이크론과 14.8%포인트 격차다.
  • 배터리에서는 이미 당했다. 2026년 1분기 한국 3사 합산 점유율은 15.6%, CATL 한 곳이 3사 합산의 2.6배다.
  • 해법은 양적 증산이 아니라 맞춤형 메모리 파운드리 같은 ‘수직 초격차’와 조직의 기민함이다.

자주하는질문(FAQ)

Q1. HBM 공장과 D램 공장은 다른 것 아닌가?

A1. 아니다. HBM은 D램을 쌓아 만드는 제품이라 같은 D램 생산 라인을 쓴다. HBM 하나에 D램 유닛이 3~6개 필요하므로, HBM 생산을 늘리면 범용 D램 공급이 그만큼 줄어든다.

Q2. D램 값은 얼마나 올랐나?

A2. DDR4 8Gb 기준 평균 가격은 2026년 2분기 말 21달러로 1년 전보다 약 8배 높다. 범용 D램 계약가는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90~95% 올랐고, 3분기 인상률은 13~18%로 둔화될 전망이다.

Q3. 애플이 중국산 D램을 쓰면 어떻게 되나?

A3. 미국 정부 승인이 전제 조건이며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승인되더라도 중국 판매용 하위 스펙 기종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가 중국 메모리를 공급망 후보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다.

Q4. CXMT가 정말 위협인가?

A4. 2026년 1분기 점유율은 7.6%로 아직 4위이고 마이크론(22.4%)과 격차가 크다. 다만 두 분기 만에 점유율이 두 배가 됐고 6조5천억원 규모 IPO로 증설 자금을 확보했다. 단기 위협보다 중장기 추격 속도를 봐야 한다.

Q5. 배터리 사례가 왜 반도체 경고가 되나?

A5. 저부가로 여겨지던 LFP 배터리가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듯, 범용 D램·낸드도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는 밑단에서 현금을 벌어 상단으로 올라온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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