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폭락의 진짜 이유, AI 거품이 아니다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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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스피는 금융위기급 반응이 나올 만큼 흔들렸다. 대부분 “AI 거품이 터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2026년 7월 11일 방송에서 다른 진단을 내놨다. 원인은 거품이 아니라 리밸런싱과 레버리지라는 것이다.

주장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7월 12일까지 확인된 공식 자료로 하나씩 대조했다.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구분해 적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트리거는 메타였다, 그런데 메타가 말을 바꿨다

이번 급락의 방아쇠는 명확하다. 7월 1일 블룸버그가 메타의 잉여 컴퓨팅 자원 임대 사업 검토를 보도했다. 시장은 이를 “AI 인프라가 남아돈다”는 신호로 읽었고, 공급과잉 공포가 반도체주를 덮쳤다.

그런데 그 뒤 나온 메타의 공식 행보는 정반대였다.

날짜메타의 발표
7월 1일잉여 컴퓨팅 임대 검토 보도(블룸버그) → 공급과잉 공포 촉발
7월 8~9일캐나다 앨버타에 33번째 데이터센터, 130억 캐나다달러(약 13조7천억원) 투자
7월 9일2027년 컴퓨팅 용량 14GW로 확대(올해 7GW의 2배), 자체 칩 ‘아이리스’ 9월 양산
7월 9일삼성전자와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 체결(로이터)

표를 문장으로 옮기면, 메타는 캐나다 앨버타 스터전카운티에 약 13조7천억원을 들여 33번째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밝혔다. 이어 2027년 컴퓨팅 인프라를 올해 7GW의 두 배인 14GW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AI 인프라 자본지출만 최대 1,450억 달러로, 빅테크 전체 전망치 7,000억 달러의 약 20%다.

결정적인 건 삼성전자와의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이다. 남아돈다던 회사가 메모리를 더 사겠다고 계약을 맺었다. 공급과잉 공포의 근거가 된 그 회사가 말이다.


진짜 원인 하나: 리밸런싱과 260조

이 대목이 이번 인터뷰의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이번 반도체 조정을 거품 붕괴가 아니라 리밸런싱으로 본다는 것이다. 반도체 비중이 너무 커져서 위험 관리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덜어냈다는 설명이다.

타이밍이 겹쳤다. 6월은 반기 말이자 분기 말이자 월말이었다. 리밸런싱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원칙상 반도체 비중을 15%로 정해뒀다면 그 이상은 다 비워야 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혔다. SK하이닉스 ADR 청약이다. 수요예측에 몰린 청약 대금은 약 1,715억 달러, 우리 돈 260조원이었다.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다.

다만 여기는 정확히 짚어야 한다. 260조원이 전부 반도체를 팔아 만든 돈은 아니다. 실제 납입금이 아니라 주문 금액이고, 최종 조달액은 245억 달러(약 37조원)다. 기관이 배정을 늘리려 주문을 부풀리는 관행도 있다. 다만 새 포지션을 위해 기존 반도체를 덜어냈다는 정황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


진짜 원인 둘: 레버리지가 시장을 망가뜨렸다

이 대표는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83%가 반도체 관련 종목과 레버리지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수치는 방송 발언 기준이라 별도 확인이 필요하지만, 쏠림의 방향은 공식 통계로도 확인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월 24일 38조6,328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반대매매는 3거래일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해 2년 8개월 만의 최대 수준이었다. 한국은행도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 잔액이 시가총액의 0.80%로 코로나19 때 전고점을 넘어섰다고 경계했다.

결과는 기괴하다. 미국에서 가스터빈과 변압기를 만드는 전력기기 기업은 신고가를 쓰는데, 같은 업종의 한국 기업은 함께 빠졌다. 반도체 ETF로 돈이 쏠리면서 나머지를 다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자산배분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다.


1999년 닷컴, 2차전지와 무엇이 다른가

많은 사람이 지금을 1999년 닷컴버블이나 2차전지 열풍에 비유한다. 이 대표는 결이 다르다고 봤다.

구분당시지금
1999년 닷컴실적 자체가 없었음. 이름부터 ‘버블’엔비디아보다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 존재
2차전지“전 세계 車 100% 전기차 전환 + 한국이 다 공급” 가정이익이 이미 실현되고 있음
닷컴 붕괴 트리거PC가 다 깔린 뒤 판매 증가율 마이너스 전환고객사가 필요 물량의 절반도 못 받는 중

표를 풀어 쓰면 이렇다. 닷컴버블의 진짜 트리거는 실적이 아니라 공급과잉이었다. 집집마다 PC가 깔리고 나니 더 살 사람이 없었고, 판매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진컴퓨터의 74% 세일이 그 상징이었다.

지금은 반대다. 오픈AI는 6월에 AI 수요가 수직으로 늘고 있는데 토큰 공급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유는 하나, 메모리가 부족해서다. 가격을 그렇게 올려 받았는데도 고객사들은 필요한 물량의 절반만 공급받고 있다.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찾는 이유도 이것이다.

그래서 지금 시장의 우려는 ‘버블’이 아니라 ‘정점’이다. 실적이 없어서 무서운 게 아니라, 이 좋은 실적이 계속될 수 있느냐가 무서운 것이다. 두 질문은 완전히 다르다.


남아돈다면서 왜 다들 증설하나

논리적으로 따져보자는 게 이 대표의 제안이다. 정말 공급이 남아돌 거라면 지금 증설 발표가 나오면 안 된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마이크론은 미국 투자 규모를 2,5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고, 한국은 3대 메가 프로젝트로 호남에만 800조원짜리 팹 4기를 짓는다. 중국 CXMT는 6조5천억원 규모의 IPO로 증설 자금을 조달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 하이퍼스케일러 자본지출이 약 1조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월가 컨센서스(9,20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1조4,000억 달러까지 열어뒀다.

물론 이건 전망이지 확정이 아니다. 그러나 “곧 남아돌 것”이라는 전망과 “증설을 더 하겠다”는 실제 행동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은 짚어볼 만하다.


증가율이 꺾이면 그게 고점인가

가장 실용적인 대목이었다. 시장의 진짜 걱정은 이익 증가율 둔화다. 가격 상승 각도가 완만해지면 증가율이 꺾이고, 그러면 주가도 꺾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엔비디아 사례를 들었다. 엔비디아도 매출 증가율이 꺾인 구간이 있었고, 그때 주가는 20~30% 조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익의 절대 규모가 계속 늘자 주가는 조정을 딛고 다시 올라갔다.

핵심은 이것이다. 증가율이 꺾이는 것과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다르다. 이익이 계속 늘면 EPS가 늘고, 주가가 그대로면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싸진다. 그래서 봐야 할 질문은 “증가율이 꺾였나”가 아니라 “이익이 계속 늘어날 수 있나”라는 것이다.


매크로에서 하나 바뀌고 있다

덜 주목받는 대목이라 짚어둔다. 3월 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112달러까지 올랐다가 종전 기대감으로 70달러 초반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내려오지 않았다. 금리 인상 우려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주목한 건 5년 기대인플레이션이다. 최근 이 지표가 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내린 영향도 있고,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오히려 기대인플레를 눌렀다는 해석이다.

유가가 더 오르지만 않으면 높은 물가가 시간을 두고 경기를 훼손한다. 하반기 미국 지표가 약해지면 국채금리는 시차를 두고 내려온다. 그러면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좋은 여건이 된다.

다만 이건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시나리오다. 유가가 다시 뛰거나 물가가 재점화되면 정반대가 된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정리하면 이번 하락의 성격은 ‘거품 붕괴’보다 ‘수급 사고’에 가깝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리밸런싱과 ADR 청약, 그리고 레버리지 쏠림이 겹치면서 받아야 할 조정보다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7월 29일 메타의 2분기 실적과 설비투자 가이던스. 둘째,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의 캐펙스 계획. 셋째, 리밸런싱이 끝난 뒤 외국인 수급의 방향이다.

공정하게 덧붙인다. 피크아웃을 경고하는 시각도 충분히 타당하다. 이익 증가율 둔화는 실제로 진행 중이고, 메타의 임대 사업이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부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대표 본인도 “내 주장이 틀릴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 태도는 존중할 만하다.

가장 중요한 조언은 따로 있었다. 레버리지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 빚을 쓰면 견딜 수 있는 조정도 못 견디게 된다. 반대매매가 늘어나는 지금이 특히 그렇다.

모든 수치는 확인 시점 기준이며 지수·주가·전망은 수시로 바뀐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주식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으며,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필요하면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핵심 요약

  • 급락의 방아쇠는 7월 1일 메타의 잉여 컴퓨팅 임대 검토 보도였다. 그러나 메타는 이후 캐나다 13조7천억원 데이터센터, 2027년 컴퓨팅 14GW 확대, 삼성전자와의 메모리 장기 계약을 잇달아 발표했다.
  • 미국에서는 이번 조정을 거품 붕괴가 아니라 리밸런싱으로 본다. 6월 반기말·분기말이 겹쳤고, SK하이닉스 ADR 청약에 260조원(주문액 기준)이 몰렸다.
  • 다만 260조원은 실제 납입금이 아니라 주문액이며 최종 조달은 37조원이다. 전액이 반도체 매도 자금이라는 해석은 과장이다.
  • 신용융자 38조6,328억원(사상 최대), 반대매매 2년 8개월 만 최대. 레버리지 쏠림이 하락 폭을 키웠다.
  • 닷컴버블의 트리거는 실적이 아니라 공급과잉이었다. 지금은 고객사가 필요 물량의 절반도 못 받는 상황이라 성격이 다르다.
  • 골드만삭스는 2027년 하이퍼스케일러 자본지출을 약 1조1,000억 달러로 전망했다. 다음 분기점은 7월 29일 메타 실적이다.

자주하는질문(FAQ)

Q1. 이번 반도체 급락의 방아쇠는 무엇이었나?

A1. 7월 1일 블룸버그가 메타의 잉여 컴퓨팅 자원 임대 검토를 보도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시장은 이를 AI 인프라 공급과잉 신호로 해석했고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Q2. 메타는 정말 투자를 줄이는가?

A2. 공식 발표는 반대 방향이다. 메타는 7월 9일 2027년 컴퓨팅 용량을 올해 7GW의 두 배인 14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캐나다에 약 13조7천억원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과 삼성전자와의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도 함께 확인됐다.

Q3. ADR 청약 260조원이 반도체를 팔아 만든 돈인가?

A3. 전액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260조원은 실제 납입금이 아니라 청약 주문액이며, 최종 조달 규모는 약 37조원이다. 다만 기관들이 새 포지션을 위해 기존 반도체 보유분을 조정했다는 정황은 있다.

Q4. 지금이 1999년 닷컴버블과 같은가?

A4. 성격이 다르다. 닷컴 붕괴의 트리거는 PC가 다 깔린 뒤의 공급과잉이었다. 지금은 고객사들이 필요한 메모리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하는 공급 부족 상태다. 다만 이익 증가율 둔화 우려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

Q5. 이익 증가율이 꺾이면 주가도 끝인가?

A5. 과거 엔비디아는 매출 증가율이 꺾인 구간에서 20~30% 조정을 받았지만, 이익의 절대 규모가 계속 늘자 주가는 조정을 딛고 회복했다. 증가율 둔화와 이익 감소는 다른 개념이다. 다만 이는 과거 사례이며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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